Artist Statement

   My day, which starts at 6:30 in the morning with the sound of an alarm, is meticulously organized in minutes. When I wake up in the morning, the first thing I do is open the refrigerator door, prepare breakfast, lunch, and dinner at once, go to work, and come back home at 1 a.m. I then open the refrigerator door again and check the ingredients for the next morning. In the vegetable compartment, from yesterday or the day before, or some time in the past, vegetables are crushed and rotten, and apples that have become dry and moldy are rolling around. When I look at them, my stress builds and I feel I need to clean out the refrigerator. However, I close my eyes because I am afraid of the terrible job to come. Then, a sense of guilt creeps in, but I also hide it away with the closing of the refrigerator door.
    In this work, I worked on rotten and moldy food, which is a trace of my busy life, and a source of guilt and stress. Looking at the rotten and moldy food, which lost its original purpose and became the objects of my photography, was also a moment of new discovery. Sometimes, I tried to capture the objects with a selective focus while chewing on how Jan Groover felt when she took pictures of the kitchenware. Sometimes I faced them directly with a pan-focus, giving it a new status and reducing my guilt. My rite done this way didn’t cover my incompetence as a housewife, but it was a kind of an anti-daily festival with rotten food taking place in the middle of the night.

    아침 7시 30분에 알람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나의 하루는 분 단위로 빈틈없이 짜여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냉장고 문을 열어 재끼고 아침, 점심, 저녁을 한꺼번에 준비하고,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면 새벽 1시. 다시 냉장고 문을 열고 다음 날 아침 음식 재료를 확인한다. 야채 칸에는 어제, 그제 혹은 그전 과거 어디쯤 썩어 문드러진 야채가 짓이겨 있고 말라비틀어지고 곰팡이 슨 당근이 굴러다닌다. 그것들을 쳐다보면 스트레스가 올라오고, 치워야 하지만 손을 대면 무시무시한 일거리가 겁이 나서 눈을 감아버린다. 죄의식이 밀려오지만, 그것도 냉장고 문을 닫으며 덮어버린다.
    나는 이번 작업에서 내 바쁜 삶의 흔적이기도 하고, 죄의식의 원천이며 스트레스의 근원이기도 한 썩고 곰팡이 낀 음식들을 주제로 작업을 했다. 원래의 목적성을 잃어버리고 내 사진 작업의 대상들이 되어버린 썩은 음식들을 바라보는 것은 새로운 발견의 순간이 되기도 하였다. 때로는 Jan Groover 선생은 무슨 심경으로 부엌 용품들을 찍었을까 곱씹어 보면서 선택적 초점으로 대상을 잡아 보기도 하였고, 때로는 팬 포커스로 대상을 직설적으로 마주하면서 그들에게 새로운 지위를 부여하여 내 죄의식도 탕감하였다. 나의 이런 의식(儀式)이 주부로서의 무능을 가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들과 오밤중에 벌이는 반일상(反日常)의 축제는 즐겁다.

   The cruel Covid-19 pandemic has continued for three years. In a situation where it seems that routine is not routine and reality is not reality, I would walk around the city at night. The photos in Night Walk 1 were taken while walking along the Han River with a digital camera and the photos in Night Walk 2 were taken while walking around the city with a large format film camera.
   As I walked aimlessly, I came to think that the gaze of the camera was as selective and deceptive as the human gaze. Through the gaze of the camera, objects are selected or excluded, and the focused point becomes clear and the rest becomes blurred and vague. So, the act of looking at an object with a camera is to imagine an infinite space outside the line of sight due to its blur. The boundary between the point of clear space and the point that gradually fades becomes the ‘event horizon’ that makes multiple stories possible. Like a film with an open ending and like a piece of writing in which there is more meaning between the lines than the meaning of the words created by signifiant and signifié, the possibility of space expansion made by being invisible enriches the meaning of photography, I thought.
   I decided on the blurry and the vivid as the subject in these works. Using the movement effect of the lens, I tried to create the boundary between the blurry and the vivid, consciousness and unconsciousness, and reduction and expansion by twisting everyday space in the photograph.

    잔인한 코로나-19가 3년째 지속되고 있다. 일상이 일상적이지 않고, 현실이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밤마다 도시를 돌아다녔다. 사람도 거의 나다니지 않는 도시의 밤은 코로나보다 더 비현실적이었다. Night Walk 1의 사진들은 한강 변을 돌아다니며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였고, Night Walk 2의 사진들은 도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대형카메라로 촬영하였다.
  목적 없이 걸어 다니면서, 나는 인간의 시선만큼이나 카메라가 보는 시선도 선택적이고, 기만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대상은 선택되거나 배제되고, 초점을 맞추어 바라보는 지점은 선명해지고 나머지는 흐릿해지고 모호해진다. 그래서 카메라로 바라본다는 것은 그 흐릿함으로 인해서 시선 밖의 무한한 공간을 상상하게 한다. 선명한 공간의 지점에서 점점 흐릿해지는 지점의 경계는 여러 이야기를 가능하게 하는 ‘사건의 지평선’이 된다. 이는 마치 결말이 열려있는 영화처럼, 문자의 의미보다는 행간이 더 많은 함의를 지닌 글처럼, 보이지 않음으로써 만들어지는 공간확장의 가능성이 사진의 의미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나는 이 작업에서 흐릿함과 선명함을 주제로 삼았다. 렌즈의 무브먼트 효과를 이용하여 흐릿함과 선명함의 경계를 만들어내었다. 보이는 공간과 보이지 않는 공간을 충돌하게 함으로써 프레임 안의 대상은 더 많은 의미로 확장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This work is an experiment on the possibility of linguistic meaning of the photography in which the visible and the invisible are made. This work can also be said to be a research process about my question : Just as the invisible outside of the frame expands the meaning of the photo, can't the invisible inside of the frame expand its meaning as well? 
  I don't think the photograph can convey the intended meaning well because its function as a linguistic symbol has been weakened a lot. Through this work, however, I wanted to capture the emotions which have controlled me throughout my life. I wanted to make tension and anxiety on the boundaries made by colliding the visible and the invisible. 
   In the darkness where nothing is visible, when the light is illuminated, the curvature of the subject becomes clear and tries to reveal its true appearance. But when the subject comes into effect with the lens, some parts of the figure disappear. The willingness to appear and the willingness to hide collide and eventually on the boundaries where it cannot be revealed or hidden, its nature becomes an illusion, not real.
   In this work, I wanted to talk about the fiction of the visible through the invisible, the fiction of my own feelings. At the same time, I wanted to say that by being invisible, the meaning can be expanded more.

    이 작업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만남으로서 만들어지는, 사진의 언어적 의미의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다. 이 작업은 ‘보이지 않는 프레임의 밖이 사진의 의미를 확장하듯이, 보이지 않는 프레임 안도 사진의 의미를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연구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사진은 언어적 상징의 기능이 많이 약해져, 의도하고자 하는 의미들이 잘 전달되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작업을 통해 평생 나를 지배해왔던 감정을 담아보고자 하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빛이 비추어지면 빛의 집중과 뚜렷한 명암으로 피사체의 굴곡은 선명해지고 본 모습을 드러내려고 한다. 하지만 렌즈의 무브먼트 효과를 만나게 되면 그 형상의 일부는 다시 사라지고 만다. 보이려는 의지와 감추려는 의지가 충돌하며, 결국 드러내지도 숨지도 못하는 경계에서 사물의 본질은 허상이 되어버린다.
  나는 이번 작업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통해 보이는 것의 허구, 즉, 나 자신의 감정이 가진 허구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